보금자리가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어디에서 무얼 하든 몸과 마음을 누이러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단어의 크기와 무게는 저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적어도 돌고 돌아 먼 길을 떠나온 이들에게 허물없는 쉼을 내어주는 곳을 두고 보금자리라 부르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권소만은 그렇게 두 번째 EP [BIG CITY LIFE]에서 자신을 품어줄 보금자리를 향해 거쳐온 기나긴 타향 생활에 대해 노래한다. 네 개의 트랙 안에는 고향을 떠나 서울이라는 낯선 땅에 발을 붙이던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통과해 온 감정의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마음 둘 곳 없는 외로움을 외면하지 못해 주저앉았던 순간, 지나가 버린 행복을 향한 그리움으로 사무쳤던 순간, 티끌 없이 온전한 사랑을 마주했던 순간, 그리고 마음속 이질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연스러운 행복을 받아들이던 순간까지. 비록 각각의 트랙이 다루고 있는 표면적인 주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 노래의 그것을 빌려왔을지 몰라도 그 이면에 깔린 서사는 어색했던 서울살이의 끝에서 만나게 된 마음의 안정을 향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밤거리를 차갑게 비추는 네온사인’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도회적인 사운드가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몽글거리는 질감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 또한 비슷한 맥락을 공유한다. ‘BIG CITY LIFE’라는 앨범 제목에서부터 ‘삭막한 서울 생활’을 연상케 하지만, 도리어 정겨운 골목골목을 떠올리게 하는 권소만의 다정한 전자음들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대하는 권소만의 태도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찾은 안정감이 결코 현실에서의 도피를 통해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널 그리워 했었던 오랜 시간만큼 진정한 행복을 빌어”라고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태도는 시나브로 단단해진 마음의 여유 덕분이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여전히 차갑고 삭막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을 통해 차츰 마음을 열어간 권소만에게 ‘도시에서의 삶’은 더 이상 팍팍하지만은 않은 안도감을 내어주었으리라.
스스로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을 찾아 애타게 바라온 ‘보금자리’가 물리적인 장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 더 나아가 그 장소에서 마주친 사람들과의 인연과 사랑으로써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의 변화가 장차 단단하고 여유로운 권소만의 음악을 위한 디딤돌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글: 월로비/에디터
[Credits]
Composed by Gwon Soman
•DO FOR LOVE• Composed With Kigrain
Mixed & Mastered by Hatere Badara
Tracklist
01. MORE HIGH
02. TEKET T-SHIRTS
03. DO FOR LOVE (with Kigrain)
04. INTO YOU
Video
권소만 (Gwon Soman) | [BIG CITY LIFE] - EP, Teaser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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